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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 책
한 문장   |    김언

 

1. 한 문장_김언 

최근에 읽어본 가장 흥미롭고 인상적인 시집입니다.

시집에 담겨 있는 제목만 봐도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데요. 예를들어 ‘지금, 있다, 결정, 불변, 균열, 어원, 판결, 유리창, 자유, 의지, 한계, 고용, 가족,’ 이런 식입니다.

이 제목들도 굉장히 독특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죠.

일단 이 시집을 읽으면 김언 시인의 독특한 시 문장들에 매혹된 측면들이 있었습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해보자면 김언 시인은 시 한 문장을 쓴 다음에 지금 방금 전에 썼던 문장을 의심하는 것처럼 발로 한참 서서 다져보고 난 뒤, 딱 한 걸음씩만 더 다음 문장을 향해 아주 짧은 보폭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어떻게보면 문장들이 포복을 통해 행진하는 느낌이 드는 거죠.

그러다보니까 각 문장들도 중요하지만 문장과 문장 사이의 관계들이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경우는 다르겠지만 이승우 작가의 최근 소설들을 보면 문장들이 이렇게 치열한 구조로 짜여져 있는것과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2. 천재에 대하여_대린 맥마흔

이 책은 미국의 역사학자 대린 맥마흔이 쓴 책입니다. 이 제목이 드러내는 것처럼 저자는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천재, 혹은 천재성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지를 역사적인 시각을 통해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최근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천재라는 개념은 18세기 이후에나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이전에는 천재가 다른 의미로 수용되었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고대에는 천재가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인간과 동행하면서 인간을 신적인 존재와 연결해주는 존재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18세기에 이르러 특별한 창조력이나 통찰력을 지닌 개별 존재로서 천재가 숭배되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모차르트나 칸트, 뉴턴 같은 인물이 그렇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천재에 대한 오랜 논쟁, 다시 말해 천재가 타고난 예외적인 존재인지, 아니면 학습을 통해 길러질 수 있는 보편적인 존재인 것인지에 대한 논쟁도 그때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죠. 

20세기의 이야기가 이어지면 흥미롭게도 20세기에는 천재숭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악한 천재도 나타났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히틀러가 그렇다는 것이죠. 그는 독일의 천재적인 독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그 결과 사악한 사건들이 벌어졌다는 것이죠. 

또한 이 책의 저자는 천재성을 검증할 지표라고 알려진 지능검사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측정이 가능한게 아니라는 것이죠. 그리고 천재에 대한 진실이 상당히 왜곡되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감출 수 없는 천재성에 대한 매혹에 대해 말하고 있기도 합니다. 실제 책의 마지막에는 “불사조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고 해서 세기의 마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저자 스스로 “세기의 마법이여, 영원하라.”고 덧붙이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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